그 나중은 심히 뽀대났도다-파란만장푸켓기 제2탄

푸켓의 아침이 밝았다. 그런데 미친 닭 덕분에 밤새도록 “꼬기오!” 소리를 감상해야만 했다. 우리가 묵었던 수린비치 리조트는 코코넛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그 사이에 자리한 인가에서 들려오는 것인 듯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만상을 찌푸리며 돼지 멱따는 소리를 냈거나 베개로 투포환 선수의 모션을 취하는 일은 절대 없었다. 이곳은 푸켓이 아니던가! 잠에서 깨어나 발코니로 나갔을 때 햇살 담은 초록의 자연이 사락사락 천연의 멜로디로 아침인사를 건네주었던 낭만의 섬 푸켓!




둘째 날에 우리는 보트를 타고 ‘산호섬’으로 향했다. 원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비치」의 무대였던 피피섬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우리의 일정에서 하루가 날아간 데다가 푸켓에서 한 시간 반을 가야 하는 곳이라 무리가 따랐다. 게다가 쓰나미로 아직 복구 중이라고 해서 약간 아쉽기는 했으나 전혀 미련은 없이 가이드 언니가 추천해준 산호섬을 선택했다.
나루터에서 보트를 기다리는 동안 슬쩍 사라졌던 이 팀장님의 손에는 선탠오일이 들려 있었다. 쑥스러웠는지 천진난만함을 가장한 웃음을 만면에 띠웠으나, 나는 봤다, 천성적으로 허여멀쑥한 피부를 호빡 불태워주리라는 그 역력한 결의를 말이다. 후의 이야기인데, 섹시한 구릿빛 피부는 먼 나라 차승원의 이야기요 가히 불타는 고구마가 따로 없게 되었다.







초고속으로 질주하던 보트의 뱃머리에서 신나는 괴성을 꽥 한번 지르기도 무섭게 도착했던 산호섬… 아아! 에메랄드빛 바다여, 백색 산호가루의 해변이여, 열대로 접어든 방랑자의 벗 야자수여! 한동안 우리는 말이 없었다. 그 절경의 자연 앞에서 우리의 가벼운 입술은 스스로 침묵했다. 뭐, 이내 망둥이가 되어 촐랑팔랑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바다 속을 탐험하기 위해 ‘스쿠버다이빙’에 도전했다. 여기에서는 세 가지 필살기가 충족돼야 하는데, 그 첫째로 ‘입으로 숨쉬기’가 있다. 평소에 헤- 하고 띠리리 리리리 영구 낯을 일삼는 사람이라면 금세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오리발 젓기인데, 기술은 없어도 된다, 근력으로 팔딱거리기만 하면 OK. 마지막 세 번째는 ‘물고기랑 놀기’로, 용감무모한 자들에게 이쯤이야 식은 죽 먹기이다. 그런데 바다 속으로 들어가 보니 한 가지 필살기를 더 갖춰야했다. 관광객들이 나눠주는 식빵의 맛을 본 물고기들이 내 다리가 식빵인 줄 알고 떼로 몰려들어 새가 쪼는 것처럼 콕콕 무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어떤 필살기? 뭐, 다리를 얄팍하게 만드는 것밖에 없겠지. 나와 보니 피가 질질 흘렀지만, 그럼 좀 어떤가, 귓가에는 ‘Under the sea’가 맴돌았고 다채로운 물고기들과 함께 물결을 따라 구르는 재미를 만끽했으니까 말이다.



오호, 드디어 기대만빵의 그 순간이 도래했다. 전통안마 한 시간에 아로마오일 마사지 한 시간, 도합 두 시간 동안 우리는 마치 무릉도원에서 낮잠을 즐기는 신선이 되었다고나 할까. 친절한 언니들이 혈을 따라 몸 곳곳을 꼼꼼히 안마해주는데, 우와, 오래 묵었던 피로가 사르르 풀리는 게 눈물이 왈칵 쏟아질 지경이었다. 그러고 나서 재스민 향의 아로마오일로 마사지를 받았더니, 오오, 안마를 받아 하느작거리는 몸은 곧 향기와 감각에 흠뻑 취해 탱탱 헤벌쭉해졌더랬다. 그 시간이 끝났을 때, 우리는 과연 제정신이었을까?



그날의 일정이 모두 끝나가고 있었다. 창 밖을 보니 어슴푸레 날이 저물어 사람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소수의 택시 외에는 대중교통이 없어 푸켓의 도로에는 오토바이가 참 많다. 하루의 노동을 끝낸 뒤에 고단한 몸을 이끌고 귀가하는 그들인데도,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열대림의 환경 탓인지 사람들은 굉장히 여유로웠고, 또한 그 여유로움 때문인지 항상 친절하고 다정했다. 그들에게는 시간이 꼭 멈춰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음으로 우리는 그곳의 불교도들이 가장 아끼는 왓찰롱 사원에 도착했다. 고즈넉한 우리네 절과는 달리 붉은색과 황금색으로 장식된 건물들이 정말 화려해 보였다.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정겹게 이야기를 나눴고, 사방팔방에는 커다란 개들이 팔자 좋게 널브러져 있었다. 코끼리를 무척 좋아하는 그네들답게 곳곳에는 코끼리조각상이 놓여 있었고, 꽃밭 또한 아기자기하게 단장돼 있었다. 과연 「왕과 나」의 무대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만 같았다. 율 브린너처럼 카리스마 짱인 총각 한 명만 있었다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쩝.
그놈의 라텍스인지 뭔지를 보러가야 된다고 가이드 언니가 등을 떠미는 통에 왓찰롱 사원에 머물렀던 시간은 고작 십오 분 정도? 사원 곳곳을 유유히 거닐며 그 풍취를 음미하고 싶었건만… 무척 아쉬웠으나 다음을 기약했다.



사실 우리의 공식적인 여정은 여기서 끝이 났다고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들른 곳이 라텍스 직영 매장과 한인 상점이었는데, 몇몇 가지 선물을 사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짐을 대충 정리해놓고서 리조트 앞의 길을 따라 산책을 했다.

멀리서는 파도소리가 울려 퍼졌고, 즐비한 리조트의 은은한 조명이 길가를 비추며, 쭉쭉 뻗은 야자수가 산들거리는 몸짓으로 동행해주었다. 드문드문 자리한 벤치나 테이블 위로는 사람들의 이야기소리가 잔잔히 흐르는 것이, 꼭 엘비스 프레슬리의 ‘Can’t Help Falling In Love’를 올려놓은 턴테이블 같았다고나 할까. 일사천리로 무척 아쉬운 시간들을 보냈지만… 푸켓, 낭만! 낭만! 낭만이 살아 숨쉬는 그 섬은 우리의 마음에 뜨거운 풍경으로 자리했다. 마지막 날, 푸켓의 낭만에 젖어 그렇게 밤길을 걷고 있노라니 한 편의 시가 떠올랐다.

“내 심장에서
느티나무 같은 밤이 자란다.
너를 향해
내 발바닥엔 잔뿌리들 간지러이 뻗치고
너를 만지고 싶어서
내 모든 팔들에
속속 잎새들 돋아난다.”
-황인숙 <밤의 노래> 중에서

2006년 5월 3일 수요일 뉴스지기 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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