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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명 : 거리의 아이들
저   자 : 구도 리쓰코 출판사 :
분   류 : 언   어 :
분   량 : 210 발행일 : 2003

▣ Short Summary

마약, 범죄, 에이즈감염...
아이들은 왜 스스로 부모들의 곁을 떠나 위험천만한 거리의 생활을 선택하는 것일까?
12년간의 취재를 통해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며, 아이들의 웃음의 원천과 삶의 가혹함을 알게 된 저자가 현실을 고발한다. 현지 NGO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세계로 뻗어가는 지원의 손길의 모습도 소개한다.
이제 우리들도 이러한 아이들을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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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구도 리쓰코
1963년 오사카 출생. 동경 외국어대학 재학 시절, 멕시코 빈곤층의 생활개선운동을 연구하는 한편,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서 스페인 언어권을 중심으로 취재활동을 시작했다. 그 후 아시아 지역으로도 영역을 넓혀갔다. 저서로는 『삶의 터전을 잃은 아이들』『가족과 살아가는 의미』『용기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친구와 긍지와 꿈과』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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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1. 거리의 아이들과의 만남
한 사람으로부터의 취재의뢰 빈민가에 살면서 알게 된 현실
멕시코시의 거리에서 나중에 언제 만나러 와 줄 거예요?
계속 만나자! 그리고 알려 나가자!

2. 처음 사귄 거리의 사랑스런 친구 - 마르세리노 -
아저씨 같은 꼬마 소년 시설에 수용되어
할머니의 무관심 충격의 재회와 학대의 진상
자신을 알 수 없게 된 청년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계속하다

3.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생각 - 노란도 -
신문을 읽는 소년 부모자식처럼
빠져나올 수 없는 마약중독 어머니를 생각하는 자식
교통사고라는 기적

4. 허망하고도 영원한 이별 - 마리소르 -
로란도의 전 여자친구 허망한 죽음
엄마가 되지못했던 소녀 거리의 아이들을 지켜보는 괴로움
길거리 이외의 선택지 만들기

5. 홀로서기를 서두른 소년 - 카를로스 -
드래곤볼을 좋아하는 소년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생각
구슬픈 눈물 생일의 추억
아카프르코해(海) 깊어가는 마약중독 그리고 서둘렀던 홀로서기

6. 인생의 갈림길에 선 친구여 - 알레한드로 -
시설에서 쫓겨나와 어머니의 사정과 아이의 사정
시설에 들어간 이유 길거리라고 하는 삶의 거처
TV가 있다면 시설생활의 재도전
살바도르씨의 사직 에이즈 감염
엄마를 선택할 것인가 공부를 선택할 것인가 한 줄기의 희망의 빛
인생의 선택

7.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 올가 -
예상치 못했던 재회 소중한 집
평범한 것들을 할 수 없어 딸이라고 하는 구세주
올가에게 보내는 편지 마약의 유혹과 마음의 동요
진정한 신뢰 언제까지나 지켜봐줄게

8. 우리들도 행동을 시작하자
늘어만 가는 거리의 아이들 경제의 지구화가 가져다준 것
가까운 곳에서부터 흐름은 바꿔진다 NGO의 지구화
거리의 아이들도 행동에 나섰다 일본의 아이들도 행동에 나섰다
거리의 친구들과 만난 젊은이들, 그리고 그 이후

마치며 - 서로 알게 되는 것이 출발점
책에 등장한 NGO에 관련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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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췌번역
(p.83~90)
5.홀로서기를 서두른 소년 - 카를로스 -
드래곤볼을 좋아하는 소년
카를로스는 사랑스런 얼굴을 한 가냘픈 몸집의 소년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작은 체구의 카를로스를 보고 나는 분명히 여자 아이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선명하고 커다란 두 눈동자에는 슬픈 빛이 어려 있어 무언가를 호소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대부분의 NGO 직원들은 카를로스를 알고 있었다. 1998년 당시, 시내의 공원에서 잠을 자며 지내던 수십 명의 아이들 가운데서도 특히 어렸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어린 아이의 경우는 길거리 생활경력이 짧아 시설에 적응하기가 쉽기 때문에, 길거리에서의 악습이나 위험에 물들기 전에 구하려는 생각으로 NGO에서는 이러한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시설로 이끌려고 한다. 하지만 카를로스의 경우에는 가출시기가 빨랐던 듯, 처음 만났을 때 아직 8살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이미 마약을 하고 있었다.
“2년 전에 집에서 나왔어요. 아빠한테 맞는 게 싫었거든요.”
얼마 지나지 않아 카를로스는 이렇게 말해 주었다.
카를로스의 일상은 함께 구걸하는 거리의 아이들과 놀거나, 반복해서 아크티보를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잠을 자며 지내고 있던 공원은 두 개의 큰 지하철 역 사이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의 대부분은 역으로 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구걸을 한다. 카를로스는 이중에서도 돈벌이가 좋은 편이었다.
“1펜(약13엔-2003년 3월 현재 환율)만 적선해 주세요.”
이렇게 말하면서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작은 손을 내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그 작은 손 위에 올려준다. 그 중에는 걸음을 멈춰 서서 동전을 건네면서, ‘이걸로 꼭 먹을 걸 사먹으렴. 마약 같은 것 사면 안 되는거야’라고 설교하듯 말을 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온정을 베풀어주는 사람들의 몇 명은 이 어린 소년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한다. 비싼 자가용이 아닌 싼 가격의 지하철로 이동하는 멕시코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카를로스의 모습은 그들과 그리 먼 존재가 아니었다. 한 걸음 잘못 내디디게 된다면, 생활에 쫓겨 자식들도 제대로 보살펴주지 못하는 그들의 가정에서도 누군가는 이 소년처럼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구걸해서 모은 돈으로 카를로스는 노점의 샌드위치를 사먹거나 게임센터에 가거나 아크티보를 사기도 한다. 무엇이든 마음이 가는대로 하는 것이다.
하루에 30펜 정도(약400엔) 벌면, 어느 정도의 것은 할 수 있다. 지금은 비슷한 나이대의 또래 친구들과 서로 대결하여 싸우는 게임을 하는 것이 카를로스에게는 커다란 즐거움이다. 그리고 게임 외의 카를로스의 또 다른 즐거움은 돈벌이가 좋은 날에 3개의 지하철역을 더 가면 있는 싼 호텔에 가는 것이다. 그곳에서는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할 수 있고, 침대에서 잘 수 있는데다가, 카를로스가 좋아하는 ‘드래곤볼Z’를 볼 수 있었다.
멕시코에서는 드래곤볼이나 포켓몬스터 등 예전에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이 TV에 방영되고 있어, 멕시코 아이들의 커다란 인기를 얻고 있었다. 거리의 아이들도 이런 인기 애니메이션을 잘 알고 있었다. 집이나 시설에서 본 적이 있거나, 전자제품 가게 앞에 전시해 놓은 TV에서 보기도 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호텔 방에서 느긋한 마음으로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은 카를로스와 그의 친구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였다.
어느 추운 겨울날, 아이들이 ‘오늘밤에는 호텔에 자러 갈 거예요’라고 하기에 따라가 보기로 했다. 아이들을 따라 간 호텔은 가난한 동네의 한 구석에 있는 초라한 여관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주인이 아이들에게 동정적인 사람인 듯, 요금을 내는 창구에 아이들이 발끝으로 서서 ‘두 사람이요’라고 하며 돈을 올려놓자, 한 남성이 격자창 너머로 내다보고 아이들의 얼굴을 확인하고 나서 방의 열쇠를 건네주었다. 우리들도 방을 보러 온 동행이라고 말하자 잠시 안에 들어갈 수 있게 해 주었다.
10개가 조금 넘은 이 작은 여관 방 안에는 마치 병원처럼, 침대와 TV 그리고 샤워를 할 수 있는 화장실밖에 없었다. 이런 방이 하루 밤에 55펜(약700엔)이다. 이 정도면 아이들에게는 꽤 괜찮은 가격이었다.
“이제 곧 시작할 거예요.”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해도, 보고 싶은 TV프로의 시간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보려고 한 프로가 나오자 두 아이는 만족스런 얼굴로 침대에 드러누워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들떠 신나게 떠들어댔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소년들의 본래 모습일 것이다. 우리들은 잠시 그러한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본 후, 살짝 호텔방에서 빠져나왔다.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생각
그 후 카를로스는 같은 공원에서 살고 있는 나이 많은 형들과 친해져서 항상 행동을 함께 하게 되었다. 그들은 아크티보를 많이 하고 있었기 때문에 카를로스의 마약 사용량도 점차 늘어갔다.
이러한 악영향을 가져오기는 했지만, 소년들은 인정미 넘치는 무리이기도 했다. 카를로스와 그의 친구들은 서로를 재미있는 별명으로 부르고 있었다. 카를로스는 쥐새끼라는 의미의 ‘라티다’로, 가장 나이 많고 카를로스와 사이가 좋은 19세의 후안은 대머리라는 의미의 ‘페론’으로, 그리고 미소라는 의미의 ‘손리사’ 등등의 각각 별명을 갖고 있었다.
낮에는 지하철역에서 구걸을 하거나, 근처 벤치에서 아크티보를 하며 잡담하거나, 산책을 하기도 했다. 밤에는 모두가 공원에 쳐놓은 텐트에서 비좁은 공간에서 뒤섞여 잤다. 소년들은 모두 온순한 성격에 항상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으며, 어린 카를로스를 친동생처럼 귀여워했다. 그래서인지 카를로스도 이전보다 훨씬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치 가족들과 함께 있는 듯....
그 해가 다 지나갈 무렵, 거리에서 아이들에 대한 다큐멘터리 비디오를 촬영하고 있던 우리들은 지하철역 입구에 모여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카를로스 무리를 발견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모두 입을 모아 어떤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상당한 아크티보를 하고 있었던 듯, 매우 흥분한 상태였다.
<수천 명의 ‘거리의 아이들’이 구걸을 하고 있네, 너무 힘든 이 세상이여~>
아이들이 부르고 있는 노래는‘자신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노래였다. 멕시코의 어느 록 그룹의 곡의 한 구절인 듯했다. 그리고 노래에 이어 카를로스가 갑자기 연설을 시작했다.
“대개 좋은 옷을 입고 다니고, 휴대폰이나 비싼 시계를 차고 다니는 놈들만 우리들에게 뭐라고 한다구! ‘한 푼만 주세요’라고 말하면 얼굴을 찡그리기나 하고... 그런 놈들은 집도 가족도 없는 사람들의 괴로움 같은 건 알 턱이 없지!”
카를로스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계속해서 말을 했다. 거리에서 받은 수많은 멸시의 말들, 부모님과 같이 다니는 행복해 보이는 애들의 시선, 자가용 창 너머로 동전을 던지는 부자들의 건방진 태도 등에서 이 어린 소년이 받은 마음의 상처는 깊어만 갔으리라...
그리고 이야기가 갑자기 가족에 대한 내용으로 바뀌어,
“엄마가 보고싶어. 남동생도... 하지만 남동생은 죽었어. 왜 죽었는지는 잘 모르겠어.”
라고 중얼거리고서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을 본 큰 형뻘인 후안은 재빨리 옆으로 다가와 카를로스를 안아주었다.
“이 녀석은 정말 진짜 동생 같다니까...”
이러한 강한 유대감은 길거리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하루하루를 강하게 지탱해주고 있었다. 그들은 함께 자고 먹고 마약을 하고 놀고 서로 위로해주고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준다. 카를로스 무리처럼 나이 차이가 있는 그룹이라면 대개 연장자가 어린 아이를 귀여워해주고 지켜준다. 그 대신 구걸이 잘 안 되어 어려울 경우, 보다 벌이가 좋은 어린 아이들이 형들의 식사비를 내기도 한다. 이른바 ‘운명공동체’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막상 거리생활을 그만두려는 생각이 들 때, 주저하게 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러한 유대감인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마약에 절어 거리생활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친구들을 바로 옆에서 봐 오면서, 나만이 그들과 다른 인생을 선택할 수 없다고 느낀다. 그렇기에 시설에 들어가도 바로 나와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 녀석은 이것을 가장 좋아해요.”
후안이 우리들을 아이들의 보금자리인 텐트 안으로 안내하면서 카를로스의 것이라고 하는 로봇, 군인 인형 그리고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쓰는 종이관 등을 보여주었다. 하나같이 어린 아이라면 모두 좋아할 만한 장난감들이었다. 카를로스는 관을 쓰고 밖으로 나가 자랑하듯 공원의 잔디 위를 뛰어다녔다.
이 무렵의 카를로스는 어쩌면 고달픈 거리생활 가운데에서도 아직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은, 그 이후 그가 점차 고독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혼자 살게 된 것은 아니었고 항상 누군가와 함께 있었다. 하지만 마음의 고독은 그 시점부터 한층 깊어져가는 듯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