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차향기로 가득한 아름다운 시간》은 문화인들이 차(茶)와의 인연을 중심으로 20세기 문학가, 예술가, 사상가 등이 차에 대해 쓴 70여 편의 글을 수록하고 있다. 지혜 있는 사람은 은은한 차 향기 속에서 시적인 감성과 인생의 깨달음을 느낄 수 있다. 루쉰(魯迅), 조우주어런(周作人), 량스츄(梁實秋), 린위탕(林語堂) 등은 티에관인 차(철관음 차)에 대해서 논했고, 왕정치(王曾祺), 위츄위(余秋雨) 등은 녹차에 대해 소개했다. 독자들은 문학가들의 글을 통하여 차의 은은한 향을 음미하며 인생의 아름다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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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차를 마시다/ 루쉰(魯迅)
차를 마시다/ 수쉐린(蘇雪林)
차를 마시다/ 조우주어런(周作人)
차를 마시다/ 량스츄(梁實秋)
차의 맛을 음미하다/ 쟈핑아오(價平凹)
새로운 차의 맛을 보다/ 리구워원(李國文)
차의 맛을 음미하다/ 조우주어런(周作人)
차를 굽다/ 조우주어런(周作人)
아침 차를 마시다/ 리구워원(李國文)
영국에서의 차/ 샤오치엔(蕭乾)
차 언어/ 위츄위(余秋雨)
생애의 아름다운 풍경/ 요우진(尤今)
일본의 다도(茶道)/ 쨩즈롱(蔣子龍)
오늘날의 다도(茶道)/ 웬잉(袁鷹)
문인과 차/ 리구워원(李國文)
다기/ 쟈핑아오(價平凹)
차/ 종찡원(鐘敬文)
차와 우정/ 린위탕(林語堂)
차 맛 같은 인생/ 조우스펀(周時奮)
차/ 홍쯔강(洪治綱)
쓴 차에 관하여/ 조우주어런(周作人)
녹차/ 짱캉캉(張抗抗)
잣 차/ 린칭시엔(林淸玄)
불수(佛手)차/ 먀오화(妙華)
죽엽 차/ 리한롱(李漢榮)
차를 즐기는 마음/ 처치엔즈(車前子)
차 한 잔/ 수통(蕭童)
차에 관한 일/ 린찐롱(林金榮)
차의 고향/ 빙신(冰心)
다(茶) 문학/ 아잉(阿英)
차에 관한 이야기/ 왕정치(王曾祺)
차를 논하다/ 덩여우메이(鄧友梅)
차 마시러 갑시다/ 동챠오(董矯)
고전 문학 속에 깃들여진 차의 향/ 류씬우(劉心武)
차 한 잔 어때요?/ 왕야오(王堯)
다도(茶道)/ 우리창(伍立場)
조주(趙州)의 차 기행/ 왕레이췐(王雷泉)
찻집/ 왕정치(王曾祺)
다방/ 황상(黃裳)
찻집에 관한 두 가지 주제/ 처치엔즈(車前子)
찻집에 한데 모이다/ 웬이싼(阮儀三)
여유로움/ 왕쉬펑(王旭烽)
태행산 유등 아래서 차를 마시다/ 리좡(李莊)
용정사(龍井寺)에서 차를 마시다/ 한사오공(韓少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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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췌 번역
p2~ 차를 마시다 - 루쉰(魯迅)
어느 회사에서 또 가격을 내렸다. 4위안(한화로 약 840원)주고 좋은 찻잎 80g을 샀다. 주전자에 처음 우리는 차는 쉽게 식기 때문에 솜저고리에 싸서 차를 우렸다. 그러나 내 생각과는 달리 신중히 맛을 음미해 보니 내가 늘 마셨던 텁텁한 맛에 색깔도 탁했다.
내 실수라는 것을 나도 잘 안다. 좋은 차를 마시려면 뚜껑이 있는 그릇을 사용해야 된다. 그래서 뚜껑 있는 그릇을 사용했더니, 과연 우린 차의 색은 맑으면서 그 맛도 훌륭했다. 은은한 향기에 약간 쓴맛을 내는 것이 확실히 좋은 찻잎이다. 그러나 이것도 정좌하여 차 맛을 즐길 때만 그러하다. 내가 《흘교(吃教)》를 집필하면서 차 한 잔을 마시니 나도 모르게 그 좋던 차 맛은 어디로 가고 다시 텁텁한 차 맛이 나는 것이다.
좋은 차를 마시면 좋은 차를 마실 줄 아는 것도 일종의 ‘여유를 즐기는 복이다.’ 하지만 이 ‘여유를 즐기는 복’을 누리려면 우선 공을 들여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무단한 연습을 통한 특별한 감각을 익혀야 한다. 이는 그저 사소한 경험들이기 때문에 내 생각에는 가령 힘을 쓰는 노동자가 목이 심하게 마를 때 마시는 물은 롱징차(龍井茶)이든 재스민차든 그들에게는 뜨거운 물을 마시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소위 ‘추사(秋思)’는 사실 시인 묵객에게 ‘슬프다, 가을이 오고야 말았다.’(송옥(宋玉)《구변(九辯)》)처럼 느꼈을 지도 모른다. 비와 바람, 하늘의 맑고 흐림, 이 모든 것이 그에게는 자극제일 것이다. 어느 면에서 보면 이 또한 일종의 ‘여유를 즐기는 복’이다. 그러나 농민들에게는 단지 매년 이맘때가 벼 베는 시기일 뿐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이러한 섬세하고 예민한 감각은 거친 사람에게는 당연히 찾아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상류층 사람들의 전유물인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이 전유물이 무너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통증을 느낀다. 이 통증은 우리에게 아픔을 주기도 하지만 자신을 보호하게도 한다. 만약 통증을 못 느낀다고 한다면, 등 뒤에서 누가 칼로 찔렀을 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피를 계속 흘리다 쓰러지고 말 것이다. 자신이 왜 쓰러졌는지 모른 채 말이다. 그러나 또 통증이 너무 섬세하고 예민해지면 옷에 있는 작은 가시뿐만 아니라 옷의 이음매, 이음선, 솜털까지도 모두 느껴, ‘천의무봉(타고난 재질이 매우 아름답다)’을 입지 않는 한 매일 옷의 까끄라기 때문에 살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예민한 체 한다면 자연히 이런 정도는 아닐 것이다.
물론 섬세하고 예민한 감각을 둔한 감각과 비교한다면 진보한 셈이라 하겠다. 그러나 생명의 진화를 돕는 데는 한계가 있다. 만약 서로 관계가 없거나 오히려 방해가 된다면, 그것은 진화 가운데 발생하는 병태로 머지않아 끝장이 날 것이다. 우리 한번 여유를 즐기는 복을 누려보고, 추심을 품는 풍아한 사람이 되어 보자. 해진 옷에 검소한 음식과 비교해 보면 어느 쪽이 살아 갈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차도 마시고, 가을 하늘도 바라보았다. 그래서 생각했다. 좋은 차를 마실 줄 몰라도, 추사가 없어도 난 그럭저럭 그런대로 괜찮다.
p110~ 차와 우정을 말하다 - 린위탕(林語堂)
인류의 문화와 관점에서 보면, 인류 역사상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차를 마시는 것 보다 더 의미가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유, 우정, 교제 그리고 담화를 누리는 것에 대해 직접적으로 공헌한 것이 발명이다. 담배와 술과 차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이것들이 문화에 끼친 영향은 대단하다.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열차에는 식당뿐만 아니라 흡연실, 술이나 차 마시는 곳까지 구비되어 있다. 중국과 영국에서는 이미 차 마시는 문화가 일종의 사교 풍조로 자리 잡았다.
담배와 술과 차를 적절하게 즐기는 것은 한가한 시간에 우정을 나누고 친목을 도모하는 분위기에서 발전한다. 동료애를 느끼는 사람, 신중히 벗을 사귀는 사람, 여유를 좋아하는 사람이어야만 담배와 술과 차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교적 본질이 없으면 이러한 것들도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이러한 것을 즐기는 것은 달빛이나 하얀 눈, 꽃을 감상할 때처럼 함께할 벗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느낌은 중국의 생활 예술가들이 가장 고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꽃은 꼭 어떤 사람과 함께 감상해야 하고, 어떤 풍경은 반드시 어떤 여인과 함께 보아야 한다. 만약 빗소리를 감상하고 싶으면, 여름에 깊은 산속에 있는 사원의 대나무 침대에 누워 감상을 해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분위기이다. 모든 물건들은 각자에게 알맞은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알맞지 않은 벗과 함께 한다면 그 분위기는 완전히 깨지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생활 예술가들이 가장 고집하는 첫 번째가 바로 생활을 즐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바로 의기투합할 수 있는 벗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번거로움도 마다하지 않고 우의를 더 돈독히 하고, 우정을 지킨다. 마치 부인이 남편을 단단히 잡듯이, 혹은 바둑 고수가 천리도 아랑곳 하지 않고 바둑 친구를 찾아가는 것과 같다.
마음이 탁 트이고 기분이 상쾌할 때, 주위에 좋은 벗이 있으면 우리는 차를 마실 수 있다. 차는 편안하고 조용한 벗과 함께 해야 어울리고, 술은 시끄러운 사교 모임에서 어울린다. 차는 우리를 인생의 깊이를 생각하게 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아기가 큰소리로 울 때나 장광설을 늘어놓는 사람과 차를 마시는 것은 비오는 날 혹은 흐린 날 딴 찻잎처럼 엉망이다. 찻잎은 맑은 날의 이른 새벽에 딴다. 그때의 산속에는 새벽의 맑은 기운과 이슬향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래서 차를 음미하면 마술처럼 이슬의 향기와 풍아가 발생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 도가에서 주장하는 것이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우리의 음양육화우주 관념 가운데, 이슬은 ‘미주’를 대표한다. 일반인의 상상 속에서 이슬은 맑고 훌륭한 식품이다. 인류와 짐승이 이러한 것을 많이 먹으면 불로장생한다는 희망을 가졌다. 디킨스는 차를 ‘영원히 지식인들이 좋아하는 음료로 남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적절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더 나아가서 차와 은사를 연결 지었다.
다음으로 차는 속세의 순결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찻잎을 따서 말리고 저장하는 것부터 마지막 우리고 음미하기까지, 가장 깨끗한 방법으로 해야 한다. 기름진 손이나 기름진 찻잔, 조금이라도 청결하지 않으면 차 마실 때 고아한 운치가 쉽게 깨진다. 그래서 차를 음미할 때는 사치스러운 물건이나 마음에 사치스러운 사념을 담지 말아야 한다. 기녀와 함께 있을 때는 술을 마시며 즐거움을 찾지 차를 마시면서 즐거움을 찾지 않는다. 기녀라고 차 마실 자격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기녀들은 중국의 시인, 학자들이 총애하던 사람들이었다. 소동파(蘇東坡)가 한번은 우차(寓茶)를 ‘귀여운 소녀’라고 했다. 그러나 훗날 《자천소품(煮泉小品)》의 저자 전예형(田藝衡)은 만약 차를 꼭 여자에 비유한다면 선녀에 비유할 만 하다고 규정했다. 그는 또 ‘차를 마시면 근심을 잊게 되어, 맛 좋은 음식이 없어도 부잣집 자제가 아니라도 괜찮다.’라고 말했다.
진정으로 차 마시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차를 끓이고 마시는 도구를 감상하는 것도 이들에게는 기쁨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채낭(蔡囊)이다. 그는 노년에 접어들었을 때 차를 마실 수 없었다. 그러나 매일 여전히 차를 우리고 이를 감상했다. 또 다른 학자인 주문포(周文浦)는 매일 새벽부터 저녁까지 시간에 맞춰 6번 차를 우리고 음미했다. 그는 자신의 찻주전자를 너무 사랑해서 죽었을 때도 함께 매장했을 정도이다. 차를 마실 때도 예술과 기교가 있다. 첫째, 차는 다른 냄새에 굉장히 영향을 받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절대로 청결에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반드시 술이나 다른 냄새와 격리 되어야 한다. 둘째, 찻잎은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습한 계절에는, 평소에 자주 마시는 찻잎은 적당한 양을 특별히 제작한 작은 통에 담아 두어야 한다. 주석으로 만든 깡통이 가장 좋다. 나머지 찻잎을 담은 큰 통은 가끔씩 열어 보고, 만약 보관한 찻잎에 곰팡이가 생겼으면 솥에 넣고 약한 불에 말린다. 솥뚜껑은 필요 없지만, 찻잎이 황색으로 퇴색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부채로 부채질을 한다. 셋째, 차를 끓이는 예술의 반은 맛좋은 맑은 물에 있다. 가장 맛이 좋은 것은 산속의 샘물이고 그 다음은 강물이고, 그 다음은 우물물이다. 저수지의 물도 괜찮다. 왜냐하면 저수지의 물은 산에서 흘러내려온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좋은 차를 감상하고 싶으면 편안하고 조용한 벗이 있어야 하고 사람은 많으면 안 된다. 다섯째, 보통 찻잎의 색깔은 옅은 황색이다. 진홍색의 차는 우유나 레몬, 박하와 함께 마시거나, 다른 식품으로 차의 떫은맛을 중화시켜야 한다. 여섯째, 좋은 차는 뒷맛이 있는데 이는 마지막 30분쯤 차의 화학성분과 침이 섞였을 때 느낄 수 있다. 일곱째, 차를 잘 우려낸 다음 마셔야 한다. 만약 좋은 차를 마시고 싶으면, 차를 오랫동안 주전자에 담아두면 안 된다. 그러면 차 맛이 지나치게 진해지기 때문이다. 여덟째, 차를 우릴 때 반드시 방금 끊인 물을 사용해야 한다. 아홉째, 다른 것과 뒤섞이면 안 된다. 만약 다른 맛과 섞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방하다. 열 번째, 좋은 차의 냄새는 ‘아기 몸’에서 나는 냄새와 비슷하다.
<감상평>
한국을 접대문화의 대명사로 여긴 적도 있다. 너무 지나쳐서 문제이기 하지만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과 많이 친해져 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이 점점 차 문화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시끌벅적한 분위기보다는 정서를 가다듬고 조용히 사색을 즐기는 분위기를 원하고 있다. 이 책은 차가 우리에게 주는 편안함을 느끼게 하고, 은은한 차향기 맡으며 좋은 벗과 아름다운 시간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