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해외신간자료 > 일어권 서   명 : 하늘에서 저   자 : 쿠와바라 미나미 출판사 : 분   류 : 언   어 : 분   량 : 269 발행일 : 2006 ▣저자소개 : 쿠와바라 미나미(桑原美波） 1978년 군마현(群馬県)출생。게이오(慶應義塾）대학 환경정보학부 재학　중. 이 작품으로 작가 데뷔. ----------------------------------------------------------------------------------------------- ▣Short Summary 현역 여대생의 소설 데뷔작 파란 하늘은 지구에만 있는 거야 진정한 자유를 찾아서 -19세 감성이 그린 지구 종말에 대한 회답 “10년 안에 지구는 멸망한다.” -그들은 지구 종말에 당당히 맞섰다. 아라타, 유타, 히로키는 각기 다른 사정으로 부모와 떨어져 고아원에서 살고 있는 단짝 친구들이다. 고민이 많은 나이이기에 이런 저런 풍파는 있지만 그래도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이 3명의 평범한 일상에 조그만 파문을 일으킨 사건이 일어난다. 그것은 ‘지구멸망’이라는 충격적인 발표. 국민 모두가 화성 이주 준비로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이 3명은 ‘지구를 버린다’는 것에 의문을 갖는다. ‘사회’란 무엇인가. ‘친구’란 무엇인가. 그리고 ‘자유’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답은 무엇인가. 독자를 압도하는 문장력을 가진 신인작가가 그려내는 10대의 눈높이와 감성을 지닌 소년들이 펼쳐가는 주옥같은 판타지 청춘 소설. 평범한 일상에서 사람들이 잊고 살기 쉬운 삶의 의미와 목적을 지구가 멸망한다는 극한 상황을 설정하여 깨닫게 하는 작품. 서장에서 주인공인 3명의 고등학생이 멸망하는 지구에 남기로 한 결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1장~14장까지는 그 이유에 대해 쓰고 있다. 　 20세인 여대생이 쓴 작품으로 나이에 비해 탄탄한 문장력을 갖추고 있으며 화제성이 풍부한 작품이다. 지구멸망이라는 테마를 배경으로 시간의 흐름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또 한편으로 얼마나 허무한지에 대해 잘 표현하고 있다. ----------------------------------------------------------------------------------------------- 10) 목차 서장 세계에서 가장 긴 하루 1장 끝의 시작 2장 보편적 진리 3장 네버랜드의 미궁(1)-흔적 4장 이상향 5장 네버랜드의 미궁(2)-빈집 6장 저녁놀을 잃어버린 날 7장 신(神) 태양과 어머니(母) 지구 8장 캄캄하게 자기 전 9장 네버랜드의 미궁(3)-적과 흑 10장 카운트다운 11장 고백 12장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그대로 13장 태고에 대한 정열 14장 양지의 당신에게 종장 표현할 수 없는 이 하늘의 색을 ----------------------------------------------------------------------------------------------- 11) 본문 내용 서장_ 세계에서 가장 긴 하루 아무도 없는 학교 교실에서 야마자키 아라타와 아즈마 히로키 그리고 스즈키 유타가 남아도는 시간을 하릴없이 보내고 있었다. 아라타는 유행지난 필름 카메라로 자신이 생각하기에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찍고 있었다. 이제 필름이 5장 남았다. 그때, 그들을 데려 가기 위해 학교를 찾은 수학교사 나카하라를 발견한다. 그들은 재빨리 숨었다. 그렇다. 그들은 지구에 남기로 결정했다. 1장 끝의 시작 그것은 1년 전 일이다. 3명은 고아원인 ‘어린잎의 집’에서 뉴스를 보고 있었다. 긴급방송에서 태양이 이상 확장하여 10년 후면 태양이 지구를 삼켜버릴 것이고 한다. 그리고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화성으로 이주를 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지구 최후의 1년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2장 보편적 진리 다음날 아침, 학교에서 전교 조례시간에 화성이주계획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는 거 이외에는 별 다른 것 없이 하루가 지났다. 10명의 아이들이 사는 ‘어린잎의 집’에서도 히로키가 중학생인 아키코의 숙제를 도와주는 등 변함없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구가 없어진다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아키코는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는 지구의 달을 맘껏 봐두자며 달구경 하러 가자고 했다. 내년에는 화성의 달을 보게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3장 네버랜드의 미궁(1)-흔적 4월이 되어 고등학교 마지막 신입생을 맞았다. 응원단인 유타는 신입생들 앞에서 응원시범을 보였다. 그것을 보는 아라타와 히로키. 히로키는 아라타에게 속내를 털어놓는다. 자신을 학대 한 부모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자신의 속을 좀처럼 털어놓지 않는 히로키에게서 갑작스레 속내를 듣게 된 아라타는 그저 의외라고만 생각했다. 4장 이상향 화성에서 본격적인 행성개조가 완료하기까지 인류는 화성지표에 만들어진 돔에서 살게 된다. 그 시뮬레이션을 위해서 20세기말에 만들어진 생태계실험시설인 바이오스피어2의 실험이 있었다. 그러나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온실 환경에서 키워진 식물이 견디지 못하고 자멸했기 때문이다. 히로키와 친구들은 바람 한 점 없는 화성 돔 속에서 생활하는 인류도 그 식물들과 같은 운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5장 네버랜드의 미궁(2)-빈집 8월, 추석이 되자 3명은 올해도 변함없이 아라타 어머니의 산소와 유타 부모의 산소로 성묘하러 간다. 아라타의 어머니는 남편과 헤어지고 나서 얼마 후 돌아가셨다. 유타의 부모님은 유타가 젖먹이였을 때 비행기 사고로 돌아가셨다. 예전부터 알고 지내는 스님에게 유골을 화성에 가지고 가는 것에 대해 의논을 했지만 아라타는 차마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바다가 보이는 이곳에서 어머니를 차마 데리고 갈 수 없었다. 그리고 이 바다는 유골이 발견되지 않은 유타의 부모님에게도 의미가 있는 곳이었다. 6장 저녁놀을 잃어버린 날 ‘어린잎의 집’은 양로원인 ‘청목원’과 10년도 훨씬 전부터 한 달에 2번 교류회를 가지고 있다. 노인들만이 아니라 의지할 곳 없는 아이들에게도 즐거운 곳이다. 3명과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온 돈지이가 이번에는 오지 않았다. 근처 호스피스에 입원해 있다고 한다. 돈지이를 문병 간 3명은 돈지이가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을 알았다. 7장 신(神) 태양과 어머니(母) 지구 ‘어린잎의 집’에서 살고 있는 초등학교 3학년인 타쿠미에게 별거하고 있던 부모가 같이 만나러 왔다. 화성이주를 계기로 다시 같이 살자고 한다. 그것을 본 같은 또래인 렌지는 질투가 나서 타쿠미와 싸움을 한다. 히로키와 유타는 그들에게서 예전 자신들의 모습을 본다. 8장 캄캄하게 자기 전 박물관에 있는 고고학 자료를 화성으로 옮기는 정리 작업을 아라타와 학교 학생들이 도와주러 간다. 아라타와 친구들은 고고학 전공인 아사미에게 고고학의 의미에 대해 듣는다. 그러나 아사미 같은 고고학자들이 발견하게 될 인류의 역사가 이제 곧 지구 멸망과 함께 사라져 가게 된다. 9장 네버랜드의 미궁(3)-적과 흑 지구에서 보내는 마지막 크리스마스. 고아원의 아이들은 언제나처럼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아라타는 갖고 싶었던 필름 카메라를 선물로 받았다. 아라타의 아버지가 선물을 가지고 찾아오지만 아라타는 만남을 거절한다. 그는 자신의 행동이 어린애 같다는 걸 알면서도 솔직할 수 없는 자신에게도 화가 난다. 아라타는 빨리 독립해서 어느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기도한다. 10장 카운트다운 새해가 밝아 화성으로 이주하는 날도 이제 2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세상은 분주하고 어수선하다. 고아원의 아이들도 이주 준비로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 11장 고백 드디어 2월에 접어들고 학교도 지구에서의 마지막 날을 맞았다. 학생들은 제 나름대로 교실 칠판에 메시지를 쓴다. 화성에서 재회할 그날까지 학교 친구들과 당분간 떨어져 지내게 된다. 헤어지는 순간에 유타는 한 여학생에게 고백을 한다. 12장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그대로 화성이주 당일, ‘어린잎의 집’ 아이들은 스페이스 셔틀 이륙장으로 향한다. 발사 직전 스페이스셔틀에서 아라타, 히로키, 유타 3명이 사라진다. 서로 한마디도 의논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이 지구에 남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재회한 3명은 자신들이 살던 동네로 가기 위해 걷는다. 13장 고대에 대한 정열 아사미는 하세교수를 스페이스셔틀로 데려가기 위해서 교수의 연구실에 와 있다. 그러나 교수는 고고학자로서 마지막까지 자신의 정열에 따르고 싶다며 지구에 남는 것을 선택했다. 아사미는 함께 남자고 하는 교수의 말을 기대하지만 듣지 못했다. 교수의 뜻을 존중하여 교수를 연구실에 남겨두고 혼자서 스페이스셔틀에 탄다. 14장 양지의 당신에게 호스피스에서는 담당 의사인 쇼코가 가족 및 약혼자와 작별을 하고 있다. 환자들과 함께 남기로 결심하였던 것이다. 화성으로 갈 수 있는 환자들을 데리고 스페이스셔틀로 왔을 때, 그녀는 약혼자의 모습을 본다. 쇼코가 스페이스셔틀에 타도록 설득해 달라는 환자들의 부탁으로 약혼자가 그녀를 데리러 왔던 것이었다. 환자들의 설득에 두 사람은 화성으로 떠난다. 종장 표현할 수 없는 이 하늘의 색을 3명은 결국 나카하라에게 붙잡혔다. 그러나 그들은 교사의 설득에 응하지 않았다. 아라타는 자신의 필름 카메라를 나카하라에게 부탁한다. 3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막 스페이스셔틀이 화성으로 날아간다. 그들은 이 푸른 하늘을 보고 있다. ------------------------------------------------------------------------------------------------ 12) 발췌 번역 (P116~120) 3명의 무거운 다리를 그대로 지면에 붙들어 매어두려는 듯 저녁 해가 그들의 그림자를 더욱 진하게 만들고 있다. 발바닥에 딱 붙은 그림자는 끈끈이처럼 죽 늘어나기만 할뿐 앞으로 가려고 하는 3명의 걸음을 더욱 방해하는 듯 뒤에서 잡아당긴다. 지금 셋 다 그 강한 힘에 저항하면서 겨우 발을 한걸음 앞으로 내미는 것이 고작이다. “이렇게 이 길을 걸어서 집에 가는 것도 오랜만이군.” 앞서 가고 있던 아라타는 억지로 걸음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이쪽이 저항하는 자세를 보이면 그림자는 억지로라도 다리를 도로 끌어당기거나 하지는 않는다. “초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처음이야.” 아라타는 짧게 내뱉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뒤따라오는 히로키와 유타는 아직도 그림자와 힘들게 싸우느라 뭐 씹은 듯 한 표정이었지만 아라타의 웃는 얼굴을 보더니 유타는 눈 꼬리를 살짝 올리며 따라 웃었다. “그렇게 말하니 또 그러네.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반대 방향이었지.” “거의 안 변했어, 이 근처는.” “6년 정도로 그렇게 변하지는 않겠지.” “그런가?” “그래. 왠지 정겨운데. 아!, 이것 좀 봐. 이 나무 기억해?” 공원 앞을 지나갈 때 유타는 주머니 속에 손을 넣은 채 삼단뛰기 하듯 빠른 속도로 그림자를 떨쳐내고 달려가더니 한 그루의 나무 앞에서 멈추어 섰다. 그리고 그 크고 훌륭한 나무를 올려다보고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잊을 리가 없지, 이 나무. 이 나무 위에서 본 저녁놀, 너무 멋졌어.” 아라타도 흥분을 억누르지 못한 채 그림자를 뿌리치며 유타 옆으로 달려갔다. 한편 히로키는 아직까지 이 끈끈이 그림자에 발목이 잡힌 채다. 두 사람이 올려다본 것은 공원 나무들 중에서도 유달리 눈길을 끄는 커다란 나무였다. 초등학생이었을 때 하교 길에 이 나무 위에서 놀다가 집에 돌아가곤 했었다. 책가방을 나무뿌리에 던져 놓고 나무 중간 쯤 있었던 가지에 걸터앉아 해가 질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곤 하던 평범한 하루 하루였다. 나무를 탄다거나 하는 옛날 놀이를 히로키와 유타 중 누가 먼저 얘기를 꺼내 시작했는지는 아라타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호기심이 왕성하고 행동파인 유타의 제안인 것 같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을 한눈에 집어내는 능력을 가진 히로키의 제안인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가지에 도착하면 무성하게 자란 늘 푸른 잎들이 이 개구쟁이 3명을 숨겨주어서 이곳은 그들에게 마치 비밀기지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붉은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아무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자유의 종언과 귀가시간을 재촉하는 얄미운 석양이지만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에 할말을 잃었다. “새로운 가지가 났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아직 무리인가보네.” 유타가 나무에 손을 살짝 댄다. 어릴 적에 그들이 올라가 저녁놀을 보고 있던 가지는 지금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별 다른 이유도 아니다. 그저 아이들이 올라가면 위험하기 때문이라며 어른들이 잘라버렸다. 초등학교 5학년 때로 겨울이 막 시작하려고 하던 그 무렵이었다. “아~, 그날. 유타가 나무에서 떨어져 다치지만 않았어도 오늘도 올라가서 저녁놀을 볼 수 있을 텐데….” “그게 내 탓이라고? 뭐?!” “사실이 그렇잖아.” “나는 그렇게 멍청한 짓 안 해.” “멍청한 짓이라니. 뭐가.” “바~보!” 그림자가 길게 늘어난 히로키가 말했다. 유타와 아라타는 말싸움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설령 그 가지가 지금도 있다하더라도 올라갈 수는 없잖아. 우리는 더 이상 꼬마 개구쟁이가 아니야. 우리들 몸무게를 전부 합치면 얼마나 될 거라고 생각해?” 녹아 흘러버릴 것 같은 빨간 저녁놀이 눈에 파고든다. 그렇다. 설령 그날 유타가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가지가 잘려나가는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그 저녁놀을 잃게 되는 그 날은 분명 언젠가는 찾아온다. “들었어? 화성의 저녁놀은 파랗다고 하더라. 대낮의 하늘은 빨갛다고도 하던데. 우리 반 여자애가 로맨틱하다든가 뭐래든가. 시끄럽더라.” 유타는 마치 지금 여학생들이 시끌벅적 수다를 떨고 있는 것처럼 손가락으로 두 귀를 막는다. “만약 그렇다면 그건 더 이상 저녁놀이 아니라고 생각해. 아무리 생각해도 파랑은 노을 색이 아니잖아.” 언젠가 우리들에게도 그 때의 돈지이처럼 웃는 날이 올까? 그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너무 두려워졌다. 지금도 뿌리칠 수 없는 그림자가 몸을 갉아먹고 있는데 이러다 저녁놀이 지는 하늘을 날고 있는 까마귀처럼 몸이 까만 그림자로 바뀌어 버리는 게 아닐까하는 말도 안 되는 공포로 가슴이 서늘해졌다. 돈지이는 왜 지구에 남겠다고 결정했을까? 그는 우리들에게 이해 못 할 거라고 했지만 이제 조금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돈지이는 분명 더 이상 그렇게 웃기 싫었기 때문일 것이다. “괜찮잖아. 봐, 인이 탈 때나 가스버너 불꽃은 파랗잖아.” 아라타가 웃으니 유타는 손가락으로 귀를 막은 채 ‘바~보’라고 입을 벙긋거렸다. 그리고는 살짝 “지금 거는 히로키 흉내.”라고 말하고는 웃었다. 잠시 동안이라도 이 웃는 얼굴을 보고 있고 싶다. 조금만 더 나도 이렇게 웃고 있고 싶다고 그리고 그리 멀지 않아 찾아올 그 순간 생각하며 아라타도 큰 소리로 웃었다. (P.260~267) "아~아, 잡혔다.“ 말은 그렇게 해도 전혀 분한 기색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가 그를 맞이했다. 펜스에 걸터앉은 것 같은 야마자키 아라타, 바로 앞에 아즈마 히로키, 입구 쪽에 스즈키 유타가 서 있었다. 3명 모두 스포츠를 막 끝내고 난 후의 개운한 표정으로 당황해 하거나 곤란해 하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선생님, 아까 그 절묘한 포즈 고마워요." 아라타는 경례하듯 포즈를 취하며 싱긋 웃는다. 나카하라는 자신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찾게 만든 이 작은 악마들의 천진난만함에 맥이 빠져 잠시 말을 잃었다. "자, 너희들 이제 충분하지? 같이 가야지?" 나카하라는 고개를 떨어뜨려 크게 숨을 쉬고 3명을 죽 훑어봤다. 수업 중에는 한번도 본적이 없는 어른스러운 표정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우리들은, 안 가요." 단호한 목소리는 바람에 날아가 버리지도 않고 바로 나카하라의 가슴을 때렸다. 한사람 히로키만은 무뚝뚝하게 손톱을 보고 있지만 유타와 아라타는 웃음을 머금은 채 계속 나카하라를 바라보았다. "남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억지로 우리들을 끌고 갈 권리 같은 거 선생님에게는 없지요? 우리들에게도 선택의 자유가 있으니까요."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어른스러운 표정으로 마치 뭐든지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하는 학생들에게 나카하라는 자신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너희들은 아직 젊어. 미래가 있다구. 그것을 스스로 포기한다니 내가 용서할 수 없어! 세상에는 병과 전쟁 같은 것으로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 그런데 너희들은!" 수업이나 생활지도 할 때 진심으로 학생들을 야단친 적이 거의 없는 나카하라다. 유타와 아라타는 조금이지만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나 그것은 나카하라가 화를 내서 기가 죽은 게 아니라 단지 놀라고 있을 뿐이라는 표정이다. "이 땅을 떠나는 것이 너무도 섭섭할 지도 몰라. 하지만 어느 쪽이든 언젠가는 고향을 떠나는 날이 온다. 이런 식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과거를 버리지 않으면 안 돼. 알고 있지?" 유타의 얼굴에서 놀라움 기색이 없어지고 여유로운 그 표정이 돌아왔다. 나카하라가 한마디 더 충고하려고 입을 열려고 하자 바로 그때 지금까지 그저 가만히 수수방관만 하고 있던 히로키가 천천히 이쪽을 향하더니 말을 꺼냈다. "선생님, 선생님이 알고 계신대로 우리들에게는 부모도 형제도 없습니다. 친척도 없어 시설에서 자랐어요." "그래서 그게 뭐 어떻다는 거야. 부모가 없어도 너희들에게는 친구들도 지인들도 있잖아! 지금 “어린잎의 집”의 모두가 너희들이 오기를 바란다고!” "마지막까지 들으세요." 히로키가 딱 잘라 말했다. 나카하라 같은 교사들과, 아니 어쩌면 자신을 버린 어른들과 친해지려고도 하지 않았던 그의 독특한 분위기가 공기를 긴장시킨다. "하지만, 그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들이 천애 고아라서 그래서 외로워서 고독이 힘들어서 이런 결단을 내린 게 아닙니다. 그렇게까지 자만하고 있지도 않아요. 우리들은 단지 자연 그대로 자유롭게 살아가도 싶을 뿐입니다. 가족이 없다는 사실은 이런 생각을 하는데 약간 보탬이 되기는 했지만 그것뿐입니다." 그의 말에는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기백과 설득력이 있었다. 나카하라는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몰랐다. 굳게 다문 채 듣기만 하는 그의 입을 바람이 건조시킨다. 나카하라는 생각하고 있었다. 가령 20년쯤 지난 뒤 동창회든 뭐든 해서 만나게 되면 히로키와 술잔을 기울이며 솔직하게 속내를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고 그리고 그런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갑자기 유타가 웃었다. "그렇게 된 겁니다, 나카하라 선생님. 그래도 이 녀석의 설명에 부족한 부분을 조금 보충하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는 유타를 히로키가 눈을 가늘게 하고 본다. "선생님이 와 주셔서 좀 기뻤어요. 친척도 없는 우리 같은 녀석들이 비싼 돈을 내고 마지막 편에 탈 생각을 하면서 까지 이렇게 설득하러 올 놈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면..." 같이 가자고 말 하려는 나카하라의 가슴에 카메라가 날아 들어왔다. 아라타가 던졌다. 싱긋 웃으며 히로키와 유타 사이에 들어가 두 사람을 안듯이 어깨동무를 했다. "마지막 한 장. 찍어주세요. 그리고 그거 그대로 선생님께 드릴게요. 우리들 대신 가지고 돌아가서 현상해 주세요." 나카하라가 좋다고 하기도 전에 벌써 아라타와 유타는 멋지게 브이사인을 하고 있다. 히로키는 두 사람에게 어깨를 내맡기고 있지만 렌즈 저편에 있는 나카하라를 의식해서인지 편한 표정은 지을 수 없나보다. 나카하라는 후하며 한숨을 내뱉고는 카메라를 들어 3명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자 틀림없이 가까이 있는 그들이 저만큼 멀어진다. 자연 그대로 산다. 히로키의 말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아주 아주 먼 옛날 태고적 유성충돌로 공룡이 멸망한 것처럼 인간에게 주어진 생명의 기한이 정말로 이걸로 다 된 것일 지도 모른다. 공룡은 자신들의 최후를 예측하는 방법도 멸망에서 도망치는 방법도 몰랐다. 그래서 멸망했던 것이다. 불평불만하지 않고 자연의 섭리에 따라서. 하지만 공룡들도 만약 살수있는 어떤 방법을 알고 있었다면 모두들 그 방법에 매달려들었을지도 모른다. 생명이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살아있는 동안은 1분 1초라도 더 오래 살려고 버둥거린다. 나카하라는 가슴이 메어오는 것을 진정시키려는 듯 셔터를 눌렀다. 마지막 한 장까지 제 역할을 잘 수행한 카메라는 스스로 그 눈을 감고 필름을 되감기 시작했다. “고맙습니다.” 아라타가 여전히 웃음 배인 목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조금 목소리를 죽여서 “뒤를 잘 부탁합니다. 고아원의 식구들에게 전해 주세요.”라고 덧붙였다. “선생님의 결정적인 순간도 들어있으니까.”라고 장난꾸러기 같은 눈을 하고서 사족을 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 그리고 선생님. 진로상담실에 있는 만화. 누구에게 몰수한 건지는 모르지만 가져가서 돌려주세요.” 유타가 언제나처럼 아주 살짝 눈꼬리를 올리며 웃는다. 옆에서 히로키가, “괜찮아? 너 아직 다 안 읽었잖아.” 라고 이상하다는 듯 쳐다본다. 유타는 웃는 얼굴로 “아니 괜찮아.”라고 주머니에 손을 쑤셔 넣고 어깨를 들썩였다. “나, 이제 더 이상 읽을 수가 없어. 자외선 때문에 눈이 잘못되었나봐.” 유타가 눈을 비빈다. 나카하라는 깜짝 놀라며 동시에 오싹해지는 공포를 느꼈다. 유타의 증상은 분명 자외선에 의한 백내장이다. 그들이 건강하게 웃고 뛰어다니고 거리에 사람들이 적어진 것 뿐 아무런 변화도 없는 듯이 보였던 이 세계는 지금 확실히 변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나카하라 손에 있는 카메라가 필름을 다 감았다. 이제는 되 돌이킬 수 없다며 그 활동을 정지한 카메라가 조용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앗 뜨거! 너 이런 곳에 엎드려 있었어?” “남자라면 이 정도쯤은 참아라. 익숙해지면 괜찮아.” “어쨋든 바보는 뜨거운 것에도 둔하니까.” “시끄러워.” 유타가 누워있는 옆에 히로키도 마지못해 앉더니 조금씩 몸을 눕혀 손발을 쭉 뻗었다. 두 사람이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는 아라타도 기다렸다는 듯이 두 사람을 따라했다. 지금 눈앞에 멀리까지 펼쳐지는 이 하늘이 진짜 하늘이다. 교정의 모래 같은 반점조차 없이 끝이 없는 천구 구석구석에 까지 균일하게 칠해진 파랑. 수채화의 터치보다도 따뜻하고 유화보다도 가슴이 미어지고 컴퓨터 그래픽보다도 정교한 진짜 푸른 하늘이다. “아~아~. 이렇게 죽을 수 있다니 행복하다.” “노친네같군.” 나무 밑에서 해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노인처럼 말하는 유타에게 히로키가 기죽은 듯한 소리를 입 밖에 낸다. “그러면 지금부터 고통스러워하거나 아파하면서 죽는 구나라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무섭잖아.” “……왜 그래? 지금에 와서.” 아라타가 눈을 뜨니 유타는 편안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웃음을 띤 채 말했다. “하지만 너희들도 함께 라고 생각하면 너무 편하지만 말야.” “그래” 히로키가 속에서 우러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도 너희들이 없는 인생이란 생각할 수도 없어.” 갑자기 푸른 하늘에 한 점의 회색 얼룩이 나타났다. 대기를 가르는 듯 이동하는 저것은 잘 보니 스페이스셔틀이다. 아라타는 환희의 목소리를 높이고 싶었지만 그 감동을 혼자 목소리로 내버리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같이 유타를 봤다. 그러나 보통 때라면 금방 흥분 한 목소리를 내는 유타가 그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가만히 있다. 아라타는 잠시 눈이 착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 그러나 바로 옆에서 역시 조용하게 하늘을 보고 있는 히로키의 눈이 자신의 눈과 같이 얼룩을 따라서 좇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서 아라타는 기쁘면서도 동시에 가슴이 아파왔다. 어쩌면 이미 유타에게는 보이지 않을지도 몰라. 스페이스셔틀이야. 분명 나카하라 선생님이 타고 있는 스페이스셔틀. 유타에게 가르쳐 주고 싶다고 생각하면 왠지 눈앞이 뿌예진다. 푸른 하늘이 호수 면처럼 파문을 일으키며 물결친다. 이제 얼마동안 3명이서 같은 것을 보고 있고 싶은데 라며 아라타는 스스로를 위로하며 눈앞을 방해하는 것을 소매로 닦아냈다. 그리고 그 스페이스셔틀에 타고 있을 필름을 생각했다. 푸른 하늘을 찍은 그 사진은 이 하늘을 얼마나 잘 표현 하고 있을까? 가능하면 현상한 사진을 보고 싶었는데 라고 욕심도 부려본다. 스페이스셔틀은 하늘을 둘로 나누고 도망친다. 저 하늘의 끝, 불의 이름을 가진 혹성을 향해서. 이제 곧 이 별을 무자비하게 마셔버릴 천구의 구멍이 조금 커졌다. 세계는 또다시 조금 밝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