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명 : 역사의 다른 얼굴
저   자 : 뤄저위 출판사 :
분   류 : 언   어 :
분   량 : 251 발행일 : 2010

▣ 발췌번역
80페이지~ 18. 맹덕이 칼을 바치다 - 조조가 직접 감독하고 연기까지 한 연극

조조에 대한 세인의 평가를 보면,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은 바로 '세상을 구할 능력 있는 신하, 난세의 간웅'이다. 《삼국지·무제기(三國志·武帝紀)》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태조(조조)는 모략을 동원해 내부의 난을 평정했다. 널리 인재를 거두어 들였고, 각각의 그릇에 따라 일을 맡겼다. 옛날 나쁜 감정은 잊었고, 황제의 대업을 이루었다. 태조는 비상한 사람으로 세상 그 누구보다 뛰어난 인재이다."
더 쉽게 말하자면, 조조는 복잡한 인물이었다. 그는 난세의 영웅으로 온갖 지략으로 일반인은 하지 못할 대업을 이루었다. 역사를 살펴보면, 큰일을 해낸 사람은 권모술수에 능했다. 조조라고 예외일 수 없었던 것이다. 《삼국지연의》에서는 '조맹덕이 칼을 바치다.'란 고전이 전해내려 온다. 바로 조조의 세밀한 계책, 직접 각본을 쓰고 연기까지 하는 정치인의 지략과 음모를 잘 보여주고 있다.

중평 6년 (서기 189년), 사방에서 폭동이 일어나 나라를 큰 혼란에 빠뜨렸다. 서량 자사 동탁은 흉포한 야심을 드러내고 어린 황제를 폐위하고 헌제 유협을 황제로 봉했다. 이후 역심을 드러내 헌제와 황후를 죽이고 자신이 제후들의 알현을 받으며 조정에서 권력을 휘둘렀다. 동탁은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인심을 얻으려고 인재를 등용하기 시작했다. 이때 조조가 효기교위에 봉해졌다.
그런데 미스터리한 일이 있다. 왜 조조는 성을 바꾸고 도망을 쳤을까? 사실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그의 정치 인생에서 있었던 연극 때문이었다. 바로 직접 계획을 짠 '맹덕이 칼을 바치다.' 때문이었다.
<삼국연의>에 있는 '맹덕이 칼을 바치다'는 정말 놀라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세밀히 살펴야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이 이야기에는 허점이 너무나 많다. 책에서 '맹덕이 칼을 바친' 것은 조조가 자신의 음모를 위해 벌인 연극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조조는 왕사도에게 동탁을 죽이려면, 그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왕사도는 조조에게 칼을 빌려 주었고, 그는 칼을 들고 동탁의 집으로 향했다. 조조가 늦게 도착하자 동탁이 그 이유를 물었다. 조조는 깜짝 놀라 핑계를 댄다는 것이 말이 속도를 내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그러자 동탁은 마음을 사기 위해 여포에게 좋은 말을 골라 조조에게 주라고 한다. 여포는 알겠다는 대답과 함께 자리를 떠난다. 여포가 떠난 것을 본 조조는 동탁 옆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칼로 그를 찌르려고 한다. 하지만 동탁이 힘이 세서 그를 막아 도리어 자신의 목숨이 달아나지나 않을까 겁을 낸다. 육중한 몸을 가지고 있던 동탁은 자리에 앉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옆으로 누워 잠에 곯아떨어졌다. 조조는 기회를 틈타 동탁을 찌르려고 했다. 그런데 때마침 동탁이 옷에 달린 거울을 통해 조조의 동작을 보고는 급히 몸을 돌려 물었다.
"무슨 행동인가?"
바로 이때 여포가 말을 끌고 돌아왔다. 조조는 황급히 둘러대며,
"제가 보도를 하나 얻어, 승상께 바치려 했나이다."
라고 말했다.
동탁은 칼을 받아보고는,
"이 칼은 예리하기가 비견할 것이 없다던데, 아주 잘 만들어진 것이 역시 명도이군!"
라고 대답했다.
당시 동탁의 권력은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대단했다. 황제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이처럼 최고의 권력을 누리는 사람이라면 곁에 경호원들을 잔뜩 두었을 것이다. 하다못해 어린 여자 종들을 몇은 주위에 거느리고 있었을 것이다. 옛날 황제들은 자신의 친자식도 믿지 못했으며, 누군가가 등 뒤에서 자신에게 화살을 겨누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동탁이라고 해서 마음 놓고 혼자 잠을 자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맹덕이 칼을 바쳤다는 이야기는 단지 조조가 직접 꾸며 낸 단순한 음모일 뿐이다.
필자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조조는 야심만만한 난세간웅이다. 그런 그가 겨우 낮은 직위의 효기교위에 만족했을 리 없다. 그처럼 유명한 인물이 아무런 권세도 없는데 어찌 가만히 있었겠는가? 조조는 그런 자신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많은 사람으로부터 주목을 받으려면 큰일을 하거나, 자신의 경력 정도는 부풀려 놓았어야 했던 것이다.
사실 조조도 동탁을 무척이나 죽이고 싶었을 것이다. 만일 정말로 동탁이란 만인의 적을 직접 없애게 된다면 명예와 재물을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게 되자, 동탁을 죽이는 일을 계속 추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당시 동탁은 어떤 인물이었는가? 그는 조정 실권을 쥐고 있었으며 황제도 제 손바닥 안에서 쥐락펴락했다. 동탁은 자신의 주인을 속이고 많은 죄를 지었으며, 모두 비난해 마지않는 사람이었다. 동탁은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므로 반드시 자신에 대한 경호를 강화했을 것이다. 암살당하지 않으려고 측근에 두는 사람들도 신중히 골랐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조조는 교위로 승진한 지 1년도 되지 않았다. 동탁이 이처럼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측근에 두었을 리는 만무하다. 그러니 동탁에게 칼을 바쳤다는 얘기는 더더욱 거짓일 수밖에 없다. 아마도 승상부 앞을 지나고 있는데, 옆이 지니고 있던 무기를 병사들제에게 빼앗기는 정도였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맹덕이 칼은 맹덕 조조가 꾸며낸 허위 사실에 불과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 보자.
조조가 길을 가다가 어떤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는 한나라의 적을 베어 군주에게 보은하겠다고 말하고 자신의 계획을 상세히 설명한다. 그런데 어느 날 조조는 소리 소문 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이후 동탁은 조조가 그를 죽이려 했다는 소문을 듣고 분개한다. 그러고는 전국에 조조를 잡아들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 때 사람들은 조조가 정말로 동탁을 암살하려 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한 명, 열 명, 백 명, 그리고 천하 사람들이 조조가 만인의 적을 죽이려 한 충신이자 대영웅이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각지에서는 조조를 떠받들며 칭찬하게 되었다. 조조의 목적이 달성된 것이다. 천하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목적은 이미 실현되었다. 조조가 성공을 하게 되자 그 명성은 더욱 커지게 된 것이다.
아무도 모르던 사람이 순식간에 적을 제거하고 군주에게 보은하는 최고의 영웅으로 부상한 것이다. 조조는 진류에 돌아간 후 가산을 털어 의병 모았다. 병사를 모으고 말을 샀으며, 산자락에 자리를 잡고 군대가 주둔할 수 있는 근거지를 세웠다. 이로써 이후 큰 전투를 위해 견고한 정치적 기반을 닦기 시작한 것이다. 모든 것이 조조의 계획대로 이루어졌고, 조조 역시 국가정치 무대에 정식으로 등장할 수 있게 되었다. 조조는 '전군교위'에서 '분무장군'로 신분 상승을 했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동탁을 토벌했다. 바로 자신이 직접 각본을 짜고 연기한 덕분에 조조는 순조롭게 지도자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자신이 훗날 대업을 이루는 기반이 되었다.